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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용후핵연료 경주시민이 자주적으로 결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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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11-2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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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 추가 건설과 관련한 주민 의견을 수렴할 경주지역실행기구가 출범했다. 이날 출범식은 당초 시작 시각보다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부터 추가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 200여명과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 등 50여명이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덕분에 행사 시작도 30분 늦어졌다. 추가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측은 승합차를 이용해 행사장 진입로에 들어서자 맥스터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트랙터 2대와 화물차 2대 등을 동원해 막아서는 등 마찰이 벌어졌다. 욕설과 고성, 거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은 불문가지다. 이 때문에 주낙영 경주시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정상적으로 행사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담장을 뛰어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주낙영 시장은 지역실행기구 출범에 대해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다"고 토로했다. 또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주민 의견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렴하는 역할을 하게 될 이 기구가 잘 가동돼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합리적인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 시장의 발언에 가장 방점이 찍힌 말은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이라는 말이다. 경주에서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위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월성원전과 한수원이 지역경제를 끌고 가는 비중은 설명할 필요없이 크다. 만약 맥스터 추가 건설에 대한 결론이 늦어지거나 부결될 경우 경주시가 입을 경제적 타격은 엄청나다. 그럴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경주시의 지방세 427억원은 사라지고 기본·사업자 지원사업 지원금 151억6000만원과 경주지역 원전 관련 기업과의 계약금 117억원도 중단된다. 맥스터 착공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그러니 주 시장의 입장으로 본다면 입이 바싹 마를 만하다.

  출범식 행사장에 들어서려는 주 시장의 발길을 막은 반대 측 환경단체의 입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핵위험이 없는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욕망에 대해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 원전기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점도 없지 않다. 당장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한 기술력을 갖춘 원전에 대한 반대의견만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리고 하나 더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반대 의견을 낸 환경단체가 경주지역 단체뿐만 아니라 인근 울산과 포항의 단체도 가세했다는 점이다. 월성원전과 인접한 도시라는 명분은 있으나 주 시장의 말대로 '경주시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논의를 시작하려는 찰나에 이웃 도시의 환경단체까지 가세한 것은 경주시민으로서는 속상한 일이다. 경주의 일은 경주 시민들이 깊이 있고 섬세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다. 고성과 욕설을 섞어가면서 정말 중요한 기구의 출범을 방해한 행위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이 시민단체의 진정한 모습은 아닐진대 지역실행기구 출범을 가로막은 행위는 지나쳤다.

  실행기구는 출범했다. 이제는 닫힌 논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의 삶에 무엇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깊이 있고 공정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더 이상의 곁다리를 원하지 않는다. 경주의 일은 경주시민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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